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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통합게시판

[자기계발] 세탁소-강치의 첫번째 아르바이트

최강일
2004.06.07 15:35 1,53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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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뉴욕 도착후 친구의 도움으로 은행 어카운트를 열고 우여곡절 끝에 한달에 $500짜리 1 bed room (1침실 + 1거실)을 구한 강치는 9월학기 시작까지 남은 4개월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을 해보았다. 달랑 만불을 들고와서 은행에 넣고 야곰야곰 빼쓰기 시작하니까 잔고가 줄어드는것이 눈에 보였다. 당초 학비까지 1년은 버틸거라는 계산은 6개월로 줄었고 이러다가 박사는 고사하고 2년으로 계획한 석사공부도 못 끝낼것 같다는 불안감이 다가섰다.

무엇이든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 할수 없는 유학생 신분에다 아직 서툰 영어로 다른 직장은 찾아볼 겨를이 없었고 한국인이 운영하면서 현금으로 임금을 주는곳을 찾아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미국에 온지 1달 밖에 안된 강치에게는 무리였다. 신문 구인난을 보고 찾아가면 말도 꺼내기 전에 “학생이지요. 우린 잠깐 있을 사람은 안씁니다” 그러거나 “온지 얼마나 됐어요?” “지난 달에 왔는데요.” 하면 다시 쳐다도 안 본다. 결국 친구가 권한대로 강치는 거짓말을 하기로 결심, 집에서 가까운 세탁소 구인 광고를 보고 인터뷰를 갔다.

“학생 같은데..” (강치는 왜 좀 터프하게 안 생겼을까.)
“예, 학생입니다. 그렇치만 개강해도 계속 파트타임으로 할 수 있어요.” (안 믿는 눈치..)
“온지는 얼마나 됐어?” (기다렸던 질문인데 강치는 왜 이렇게 듣기 싫을까)
“1년 됐습니다.” (독하게 맘먹고 대답)
“1년? 학생이니까 영어는 좀 하겠네” (최초의 긍정적인 반응-선의(?)의 거짓말입니다. 하나님!)
“세탁소에서 일해봤어?” (아! 역시 예상한 질문)
“예, 패킹(packing) 해 봤습니다.” (친구 대신 하루 패킹하는것 도와준적 있으니까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지)
“그래? 그럼 주급은 얼마나 받았어?” (악! 예상치 못한 질문)
“많이 못 받았어요.” (그렇치. 하루 일당 받았으니 얼마 안되지.- 이때 세탁소 주인 아저씨 안심하는 표정..)
“우리는 많이는 못 주고.. 한 주에 $200. 할 맘 있어?” (이 아저씨가 학생도 개의치 않는 이유가 바로 저 임금 이었다.)
“하겠습니다” (To me it was better than nothing. 비교: 당시에 세탁소 아무리 적게줘도 $250-$300로 시작)
“그럼 시간은 7 to 7, Monday to Saturday. 영어는 잘 할테니까 카운터에서 손님 받고 패킹하고 그래. 월요일 부터 나와.” (하나님 감--사합니다. 드디어 잡았습니다.)

조금 정신이 들자 강치는 세탁소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찬찬히 들여다 봤다. 주인 아저씨는 선생님처럼 깐깐하게 생겼고 아주머니는 조금 안달형으로 생겼다. I don’t care! 이제 돈을 벌 수 있는데 무슨 걱정. 세탁소안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주는 아저씨를 따라 뜨거운 김 속에서 다리미질하는 하이티 친구와 hello도 하고.. 이제 강치도 일할 수 있다는 기쁨에 며칠간의 몸 고생, 마음 고생이 눈녹듯 녹는듯 했다.

그러나 월요일부터 일할 수 있다는 기쁨은 잠시. “나 영어하는거 보면 첫날 fire당하는거 아니야? 손님이 말하는것 못 알아들으면 어쩌나?” 걱정이 꼬리를 문다. 미국 오기전에 메릴랜드 분교에서 3개월 해본게 단데.. 죄짓고는 못 산다더니. 주말 내내 강치는 마음이 편치않다. 결국 강치의 특기.. 벼락공부를 하기로 했다. 무슨 대단한 시험이라도 보는것처럼 주말에 강치는 와이프 위해서 사온 조화유 생활영어 한권에 매달렸다. '세상에 다음날 써 먹겠다고 영화회화 벼락공부 한놈은 나밖에 없을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강치는 주로 retail store에서 쓰는 영어회화 중심으로 그냥 외워 내려갔다. 얼마나 도움이 될까도 싶었지만 그래도 강치는 조금 안심이 되는듯 했다. “그래 첫날 쫓겨날 수 는 없지..”

출근 첫날. 상쾌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큰 성공회 교회를 지나 한국 사람이 가장 많이 산다는 플러싱 (한국 사람들 사이에는 플러동이라고도 하고 영어로 flushing 이니까 세면동이라고도 부른다.) Parsons Blvd.와 41 ST.이 만나는 그곳에서 그렇게 유학생 강치의 첫번째 job이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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