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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통합게시판

[자기계발] What 건물

최강일
2004.06.07 15:40 1,59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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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학기가 다가오자 강치는 입학 허가를 받은 뉴욕 시립 대학에 등록을 했다. 한 학기에 1600불, 그 당시 미국 대학원 등록금 중에 가장 싼 곳 중 하나였다. 그저 싸다는 이유 말고도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를 5명 배출한 자연과학 계통으로 제법 전통있은 학교였다. 첫 학기에 영어만 들으면 어떻겠느냐는 지도 교수의 말을 안 듣고 바로 전공 3과목 영어 1과목을 수강 신청했다. 집은 플러싱, 학교는 맨하탄 북부, 자동차 없이 뉴욕시의 7번 지하철을 플러싱 종점에서 맨하탄 42가까지 1시간 정도 타고 간 후 다시 30분정도 맨하탄 147가까지 가는 1번 전철을 갈아탔다. 중학교 때 부터 전철 타는데 이력이 난 강치는 이 전철 타는 긴 시간 동안 마지막까지 해결 못한 Homework을 해결하곤 했다.

세탁소의 짧은 영어 경험으로 겁도없이 전공을 세 과목이나 시작한 강치는 첫날부터 정신이 없었다. 교수 강의를 알아듣는 것은 고사하고 수업 끝난 후 Homework이 무엇인지도 몰라 쩔쩔맸다. 대부분 Homework을 칠판에 써주거나 유인물로 나누어 주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간혹 말로 내주거나 강의중에 Homework에 대한 힌트 비슷하게 준 것은 알아들을 재간이 없었다. 한국에서 영어성경을 읽으면서 속독은 좀 했는데 도대체 교수가 말하는건 귀에 들리지 않았다. 교실에서 말도 못하고 눈치로 때려잡는 한심 무인지경이 되었다. 그나마 혹시 교수가 스케즐을 바꿀라치면 혼자 교실에 앉아서 “왜들 안오지”하고 벙어리 삼룡이가 된적도 있었다. 영어 말고도 각 과목마다 일주일에 한번씩 제출해야하는 Homework은 강치의 피를 말렸다. 정상적으로 잘 들어도 끙끙매고 해야하는 Homework을 필기 노트와 textbook을 읽고 이해하고나서 풀려고 하니 그야말로 장님이 코끼리 다 만져보고 그림 그리는 격이었다. 강의는 뒷켠이고 연구가 우선이었던 한국의 대학원에 길이들은 강치는 타이트한 미국식 대학원 강의 진행 방식에 수학말고는 잘 이해한 강의가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할건한다는 주의인 강치는 학기초에 외국인 학생 (international student)를 위한 파티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참석하기로 했다. 학생 회관에서 열린 파티는 말이 파티지 과자 좀 갖다 놓고 콜라같은 음료수, 그리고 케익등이 있는 그냥 서로 이야기하는 모임이었다. 학생처장과 international student 지도 교수등의 환영 연설이 끝나고 스텝들이 각 테이블로 찾아와 학생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강치가 앉은 자리에는 남미쪽에서 올라온 학생 2-3명, 그리고 아프리카쪽 1명, 그리스 학생 2명, 그리고 파티 초기에 강치가 한국 사람인줄 알고 옆에 앉은 대학 1년 중퇴하고 왔다는 한국 남학생 1명이 진을 치고 앉았다. 영어를 가르치는 예쁘장한 백인 여자 교수가 강치 건너편 빈자리에 “Hi, Guys.”하면서 앉았다. 서로 간단하게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하자 그 여자 교수가 자기 이름이 Mrs. Smith라고 말한 후 international student office가 무얼하는 곳인지, 무슨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필요할때 자기를 찾으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사무실 방 번호와 전화 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는 질문있냐고 물었다. 이때 열심히 방 번호와 전화 번호를 쓰던 강치옆의 한국학생이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

“Mrs. Smith, What 건물?”
“ …… ”

교수가 자신의 목소리가 적어서 못 알아 듣는다고 생각한 이 학생은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
“What 건물!”
“Parden?“ “ What do you say?” “ Could you say again slowly?”

친절하게 다시 물어보는 교수에게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이 학생이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Professor!, -- What 건! --물!”

마지막 ‘건물’이라는 말에는 강한 액센트까지 주면서 말이다.

건물?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인데.. 가만 이 친구 지금 한국말을 영어와 완벽하게 썩어서 쓰고 있는것 아닌가. 순간 강치는 너무 우스워서 거의 의자에서 떨어질뻔 했다. 그러나 아직도 자신이 무슨말을 하는지 모르는 이 친구는 테이블의 모든 학생이 쳐다보는 가운데 거의 화난 표정으로 계속해서

“What 건물”

을 외쳐댔다. 강치가 억지로 웃음을 참고 참견했다. “Mrs. Smith, he means which building your office is in?” 그제서야 Mrs. Smith가 “Thank you. It is NAC Building, right around corner.” 라고 말해주었다. 이 한국 친구는 그때 비로소 자신이 무슨 실수를 했는지 알아챘다.

“It’s ok”라고 위로하는 Mrs. Smith에게 계속 “I am sorry”를 연발하는 그 친구를 보면서 강치는 영어가 얼마나 자신을 비롯한 한국 학생을 괴롭히고 있나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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